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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트럼프, "아카데미는 왜 한국 영화인 '기생충'에 상을 주었나"

영화 '기생충'은 이달 초 외국어로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오스카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국제 영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팬, 비평가, 유명인들은 감격했으며 저도 봉준호 감독의 팬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큰 감명과 전율을 받았습니다.

시상식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소위 말하는 '국뽕'에 취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오는 것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파라사이트에 올해 최고상을 수여한 데 대해 비판했습니다.  

https://edition.cnn.com/videos/politics/2020/02/21/donald-trump-rips-south-korea-parasite-oscar-sot-hnk-vpx.cnn

 

Donald Trump rips 'Parasite' over historic Oscar wins - CNN Video

During a rally in Colorado Springs, Colorado, President Donald Trump bemoaned this year's Academy Award winner for best picture "Parasite," because it's a South Korean film. "Parasite" was the first foreign language movie to win best picture at the Academy

www.cnn.com

콜로라도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By the way, how bad were the Academy Awards this year — did you see? 'And the winner is a movie from South Korea' — what the hell was that all about?" Trump said to a crowd in Colorado Springs, Colorado. "We got enough problems with South Korea with trade. On top of it, they give them the best movie of the year? Was it good? I don't know."

"그나저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별로였는지 보셨나요? 수상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무역과 관련해 한국과 충분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인들에게 올해 최고의 영화를 주었습니다. 이것이 잘된 일인가요? 난 모르겠습니다."

그는 덧붙여 "바람과 함께 사라지면 안 될까?"라고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는 당시 오스카상 수상 기록을 세웠으나 노예제도에 대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과 향수로 비난을 받아온 미 남북전쟁 당시 193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이슈가 되었으며 네티즌들은 '미국의 가장 큰 기생충인 트럼프가 이런 발언을 하니 아이러니하다.', '미국인으로서 그의 발언이 수치스럽고 부끄럽다.'와 같은 발언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트럼프 말에 동의해. 기생충은 작품상을 받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아니었어.', '기생충은 과대평가되었다.'라는 말과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하는 반응도 꽤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사실 제 눈에 띄었던 코멘트들은 '기생충이 뭐야? 오늘 이 영화를 봐야겠어.', '기생충이 어떤 영화길래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거지?'와 같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덕분에 '기생충' 영화가 다시 한번 회자되는 현상도 보였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외국어 영화로써 작품상을 수상한 일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초입니다. '가장 아카데미 상을 많이 받은 외국어 영화'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으며 특히 철저한 백인 남성 중심의 시상식에서 외국인으로서 '한국인'이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은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사건을 저는 영화 산업에 드리운 문화와 언어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전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또다시 미국 사람들에 대해 유감을 느낍니다. 위의 동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스카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던질 때 들려오는 청중들의 야유소리, 트럼프의 의견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저에게는 너무나 소름 끼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더욱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팀이 넘어선 장애물이 얼마나 두껍고 높은 장벽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하였습니다. 

 

 

상을 받고 외국어 영화로써 세계에 인정받은 것이 끝이 아닌 앞으로도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싸워나가며 벽 너머에 보이는 수많은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한국 영화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 아닐까요?

오스카 수상에 대한 소식을 접한 이후로 기쁜 마음 한편으로 이 일이 상징하는 역사적인고 문화적인 갈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어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트럼프의 발언을 통해 '기생충'의 압도적인 수상이 분명 백인 중심 사회를 되찾으려는 인종차별적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인 사건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겁나 하는 것, 백인 혹은 미국인들이 느끼는 이민자들과 외국인들에게서 느끼는 권력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확대되었으며, 어쩌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단지 영화 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갈등을 대변하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가장 통쾌했던 것은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인 NEON의 트윗입니다.

"이해해, 그는 자막을 못 읽으니까."